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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정보

반짓고리속 가위 이야기

바느질하는 찌꺼 2018.02.21 23:37

수년 전 일본 여행길, 동경의 아사쿠사 근처 가위가게에서 하늘풀님이 사서 내게 선물한 쪽가위다.

그 가위가게는 장인이 직접 만든 가위들을 팔고 있었다.

쪽가위는 실을 끊을 때, 꼭 필요하다.

사각사각 정말 잘 든다. 

이 가위는 품질도 좋지만, 너무 예쁘다.




이 가위는 지난 봄,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하는 친구가 한국을 잠시 들렀을 때, 프랑스에서 나를 위해 사온 선물이었다.

나는 이걸 보자마자, "학가위다!"라고 탄성을 터뜨렸고, 바로 학가위를 알아보는 나를 보고 친구도 매우 흡족해했다.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내가 생각나 이 가위를 샀다고 했다.

학가위는 천을 곡선으로 오리거나 섬세하고 깊게 헝겊에 가위밥을 주어야 할 때, 꼭 필요한 도구이다.

그러나 나는 학가위는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하고 그저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작은 가위들을 쓰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바로 이 학가위가 내게로 왔다.


이 가위는 어머니가 결혼할 때 사온 것이다.

우리 남매들은 이 가위를 늘 <새 가위>라고 불렀다.

우리가 불러 준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오래된 이 가위는 항상 새 가위처럼 잘 들었다.


아주 어린 시절에도 엄마는 이 가위를 너무 아껴, 우리 손이 닫지 않는 높은 미닫이 서랍장 맨 꼭대기 칸에 넣어놓고 쓰셨다.

쓰셨다지만, 너무 아낀 나머지 잘 쓰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 남매들은 맨 아래칸을 살짝 열어, 거기에 발을 디디고 서서 턱이 겨우 닿는 서랍에 손을 뻗어 가위를 꺼내, 정말 잘 오리고 싶은 것들을 삭삭 오렸다. 

잘 오리고 싶은 것이라야 종이인형옷이나 색종이 같은 것이었지만, 엄마가 없을 때는 꼭 이 가위를 꺼내 사각사각 오리고는 시치미 뚝 떼고 안 쓴 척, 다시 넣어놓기를 쉼없이 반복했다.

그러던 몇 년 전, 어머니는 우리 남매들 중 유일하게 바느질을 열심히 하는 내게 이 가위를 주셨다.

"이건 너를 줘야지!"

선선하게 내게 내민 이 가위를 받아드는데, 눈시울이 뜨거웠다.

엄마가 이 가위를 얼마나 아끼고 귀하게 여기셨는지 너무 잘 알기에, 그렇게 귀한 걸 내게 주신다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좀 쓸 걸 그랬다. 잘 쓰지도 않고... 그저 세월만 흘렀어..."

어머니는 이 가위를 너무 아낀 나머지 잘 쓰지 않은 채, 훌쩍 일흔이 넘었다는 것이 안타까운 듯 말씀하셨다.


그런 어머니께, 나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이제야 고백하는 데요... 그거라면, 걱정 안하셔도 돼요! 

그 가위,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 없을 때마다 몰래몰래 열심히 썼어요!"


"그~랬니?" 엄마는 놀라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셨다.

그 표정은 그렇게 잘 써서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이셨다.


그렇게 잘 써서 정말 다행이다.

열심히 쓴 탓에 이 가위는 지금은 헝겊은 커녕, 종이도 잘 안 잘린다.

가위를 잘 가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면 갈아서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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