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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도 재밌어요

찢어진 시장가방, 꿰매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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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이 넘은 연세에도 딸네 집을 방문하실 때마다 바리바리 챙겨오시는 어머니는 이번에도 바퀴달린 시장가방에 먹을 거리를 한 가득 싸가지고 오셨다.

그러나 언젠가부터는 맛난 먹을 거리가 전혀 반갑지 않다.

힘들게 이런 걸 왜 가지고 오냐며, 오늘도 고맙다는 말대신 화만 냈다.

아무리 수레에 실어 끌고 온다고 해도, 이런 가방을 버스에서 싣고 내리기가 힘든지 잘 아는터라, 상상만 해도 어머니가 얼마나 쩔쩔매며 끌고 왔을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런데, 우웽~ 시장 가방이 다 찢어졌다.

다행히 뚜껑을 덮으면 찢어진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 

아니나 다를까? 담소를 조금 나누고는 피곤에 지친 어머니는 낮잠을 청하러 들어가셨다.

주무시는 방문을 꼭 닫아드리고, 나는 오랜만에 실과 바늘을 꺼내왔다.

바이어스를 뜯고, 풀린 올을 잘라내고 라이터로 마무리도 지었다.

그리고 시접을 깊숙히 한번 더 접어서 바이어스 속에 밀어넣고 또박또박 꿰맸다.


한참 더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다.

어머니가 일어나시면, 무척 좋아하시겠다.

그리고 위 사진은 프랑스에서 잠깐 살 때 거기서 들고 다녔던 시장가방이다.

한국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 시장가방을 챙겨서 갔는데... 

가방이 너무 약하다.ㅠ ㅠ


프랑스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시장가방 둘레와 손잡이를 모두 새로 꿰매야 했고, 이어서 다른 데도 속속 망가져 갔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눈에 띄게 수를 놓듯 꿰맸다.

이렇게 꿰매니 충분히 튼튼해져서 돌아올 때까지 2년 동안 정말 잘 썼다.


귀국해 시장가방을 더이상 꿰매쓰지 않다가 어머니 덕분에 오랜만에 시장가방을 꿰매며 옛날 생각을 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시장가방이 너무 흔해 꿰매며 사는 일은 극히 드물다.

어머니 같은 알뜰한 분들이 아니고는 저렇게 찢어진 걸 들고 다니지도 않는다.

나만 해도 프랑스 생활이 아니었다면, 시장가방을 꿰매면서 살지 않았을 것이다.

꼼꼼하게 아껴썼던 경험들은 귀한 경험이고 추억이란 생각을 엄마 시장가방을 꿰매면서 했다.

어디에서, 어떤 조건에서 살든 물건을 열심히 아껴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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