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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컵받침은 프랑스 유학시절 벼룩시장에서 산 것이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잘 쓰게 되지 않아 찬장 깊숙이 쳐박아 놓았던 것들이다.

몇년 전 여기에 프랑스자수로 꽃을 놓아 장식을 해보았다.

그러고 나니, 훨씬 잘 쓰게 된다.

컵받침은 모두 5개로 그 중 세 개를 완성했다.

여기에 수를 더 놓을 생각으로 선선해진 틈을 타 이것들을 꺼냈다.


컵받침은 이렇게 생긴 것이다.

옅게 감물들인 광목을 크기에 맞춰 오려서 가장자리를 홈질로 마무리를 지어, 수놓을 천을 마련했다.

그리고 안에 수놓을 그림을 그려준다.

수성 마커펜이 있으면 그걸로 그리면 좋은데, 없으면 연필로 살살 그려도 된다.

나는 여기에는 '미국나팔꽃'을 수놓을 생각이다.

계획한 대로 꽃송이들과 이파리를 수놓고 꽃 중앙에 꽃술을 수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꽃은 역시 꽃술을 놓아야 생명력이 느껴진다.

미국나팔꽃인지를 알려주는 건 바로 아파리!

미국나팔꽃의 이파라는 세 쪽으로 갈라진 모양을 하고 있다.

하트모양의 '나팔꽃'과 방패모양의 '메꽃'과 확연히 비교되는 모양이다.

언젠가 이 세 가지 나팔꽃을 모두 수놓아 보는 게 소원이다.ㅋㅋ

​몇 년 전에 놓은 허브 타임!

이 타임은 수년전 잠깐 프랑스에 살 때, 그곳에서 화분에 키웠던 것을 형상화한 것이다.

귀국하면서 아파트 화단에 심어놓고 왔는데, 아직 살아 있다면 엄청 자랐을 것이다.

언젠가 꼭 화단에 심어놓은 온 화초들, 타임이랑 라벤다, 꾸꾸(앵초) 를 보러 가고 싶다.

추억의 화초!

이렇게 수로 놓으니, 조금은 위로가 된다.

바로 위와 아래에 있는 컵받침은 오대산 상원사의 문수전 앞, 옛 돌계단에 새겨진 연꽃을 수놓은 것이다.

계단을 새로 하면서 이 문양도 모두 바뀌었는데, 다행히 예전에 만들어 놓은 자료가 있어서 다행이다.
나는 이 연꽃을 수년 전 봄에 갔다가 발견했다.
그래서 <상원사의 봄>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그 당시 비가 엄청 많이 내리는 날 물안개가 피어나던 오대산과 상원사의 풍경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사진첩을 찾아봐야겠다.
분명, 당시에 찍어놓은 돌계단의 연꽃 사진이 있을 것이다.

사라지고 없는 것들이 자수로 내 컵받침에 남았다.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조금은 위로가 된다.

나는 이 연꽃 문양을 잘 기억하면서 다른 데에도 많이 놓고 싶다.

미국나팔꽃 컵받침은 파랑색 미국나팔꽃을 좋아하는 하늘풀님의 컵받침으로 정해 주었다.

이로서 컵받침엔 네개의 자수가 완성되었다.

모두 한 해, 혹은 두 해를 걸러가며 천천히 놓은 것이다.

이제 꼭 하나가 남았다.

여기엔 뭘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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