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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바느질이야기

스코틀랜드 체크모직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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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처음 여행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도시의 기념품가게를 가득 메운 체크무늬의 양모제품들이었다.

치마, 목도리, 무릎담요 등, 모직으로 된 다양한 체크무늬 기념품들이 가득 거리를 채운 채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체크 양모천은 스코틀랜드의 오랜 전통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각 가문마다 그들만의 독특한 체크무늬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보았던 '브레이브 하트' 영화에 등장하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모두 그들만의 체크무늬 담요를 두르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특히, 이 체크의상은 스코틀랜드 중에서도 '하이랜드' 지방의 전통이라고 한다.



이러한 사실을 잘 반영하듯, 에딘버러 기념품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직목도리 중에는 각각의 체크무늬가 어느 가문의 것인지를 표시해 놓기도 했다.

전시되어 있는 수십종이 넘는 체크무늬가 어느 집안의 것인지를 맞춰보는 건 무척 흥미로웠다.
사진속 아래 오른쪽에 있는 빨강색이 돋보이는 두 체크는 현재 영국의 국왕인 '스트워트'(Stewart) 왕가의 체크무늬라는 건 여기서 알게 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이 체크무늬의 옷이나 목도리가 많이 판매되는 것 같다.
나만 해도 이것들과 똑같은 무늬의 체크치마가 있을 정도니, 영국왕가의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에딘버러에서는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거리에는 옛날 전통의상을 차려입고 백파이프를 연주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른 아침, 거리에서 본 잘 생긴 이 청년도 연주를 나왔을지 모르겠다.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이 너무 멋지게 보이는 청년이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개나 소나 모두 체크무늬 옷을 입고 다닌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체크무늬 옷을 입은 개를 길에서 만났다.

주인에게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자, 쾌히 승락을 해 주셨다.
무엇보다 이 개는 스코틀랜드에서 동상까지 세워진, 충성스럽기로 유명한 바로 그 개와 같은 종류의 개이다.




나는 운좋게도 하이랜드를 여행하는 길에 산업혁명 당시 체크모직천을 짰던 방적기도 보았다.
바로 이런 방적기의 출현으로 영국의 모직산업이 대량생산을 향해 갔다.
그러나 모직천의 대량생산에 대한 욕망은 양이 영국의 전 영토를 차지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영국의 유명한 '엔클로즈운동'이 시작되었고, 농토에서 농민들이 쫓겨나게 되었다.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영국의 농지는 양의 목초지로 바뀌었다.
농토에서 쫓겨난 농민들은 도시로 가서 바로 이 방적기를 돌리는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하게 된다. 



실제로 스코틀랜드의 곳곳을 여행하면서 너른 땅들이 모두 양들을 위한 목초지라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나는 산업혁명 당시 영국인들이 느꼈던 공포가 몸으로 전해져, 부르르 떨었다.

스코틀랜드 목초지의 양들은 사진으로만 알던 시절의 평화로운 풍경이 더이상 아니다. 
그들은 무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한 '슬픈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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