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천은 어머니께서 주신 원피스의 소매 부분이다.
몸통을 썩~ 잘라서 고무줄치마를 만들고 주름이 잔뜩 잡힌 소매 두 개가 남았다.
어머니는 아가씨들이 입을 만한 원피스를 사서는 한번도 입지 못하고 내게 주셨다.
나이가 많은 내게도 그 원피스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원피스의 가슴부분까지 바싹 잘라서 치마를 만들었다.
그 사실을 어머니께 말씀드리니, 참 잘했다 칭찬해 주시고는 '남은 조각으로는 나를 위해 뭔가 만들어 주렴!' 하셨다.
어머니가 내게 먼저 뭔가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어머니는 이 원피스 천이 엄청 맘에 드셨던 모양이다.
한참을 고심한 끝에 내가 생각한 것은 주름이 잡힌 셔링 핸드백이다.
먼저, 소매 두개를 붙여서 50X50cm로 재단을 했다.
맨 아래, 안감을 놓고!
퀼팅솜을 놓고!
그 위에 재단한 천을 올려 놓는다.
이것들이 서로 밀리지 않도록 옷핀으로 고정시킨 뒤....
재봉틀을 이용해서 누벼주었다.
누빌 때는 너무 촘촘하지 않도록 넙적넙적 누비는 것이 좋다.
이렇게 누벼야 주름이 부드럽게 잡힌다.
또 너무 똑바로 누비는 것보다 삐뚤삐뚤 누비면 더 자연스러운 리듬감을 만든다.
퀼팅을 끝낸 모습이다.
그걸 반을 접어서 안쪽에서 양 옆을 꿰매준다.
밑을 삼각형으로 접어서 가방의 바닥도 만들어준다.
바닥의 넓이는 10cm로 정했다.
넙적하게 바닥을 만들어줘야 예쁘다.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은데, 딱딱한 판을 이용해서 가방 깔판도 만들어 주었다.
깔판이 있으면 주름은 부드러우면서 바닥은 딱딱해서 더 맵시있는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깔판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이제, 가방 몸체에 주름을 잡아준다.
나는 맞주름으로 각각 네 개씩 잡았다.
50x50cm로 가방을 만들 때는 위 사진과 같은 간격의 주름이 적당하다.
주름을 잘 고정시킨 상태에서 바이어스 테이프를 둘러준다.
이 원피스에는 짙은 고동색의 허리띠가 달려 있었는데, 나는 그 색깔과 거의 비슷한 색깔의 바이어스를 선택했다.
짙은 고동색이 천과 잘 어울린다.
가방입구는 단추를 달 생각이다.
단추고리도 바이어스와 같은 색깔로 달았다.
바이어스를 마무리지을 때, 고리를 안쪽으로 집어넣어서 바느질한다.
그 뒤에 단추고리를 바깥으로 꺾어서 다시 한번 꿰매준다.
그러면 좀더 단정한 모습이 된다.
단추도 단다.
마지막으로 핸들을 단다.
나는 웨이빙 핸들을 선택했다.
완성된 모습!
단추와 핸들이 비교적 잘 어울린다.
어머니께 먼저 사진을 보여드리니, 너무 좋아하셨다.
옷으로 입지 못한 서운한 마음이 싹 없어졌다며, 가방을 무척 마음에 들어하셨다.
나는 어머니 맘에 들 만한 가방을 만들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햇볕좋은 봄날, 산책 하실 때 들고 다니기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원피스를 잘라 치마를 만들면서도, 남은 천으로 가방을 만들면서도 내내 어머니 생각을 했다.
80세가 넘은 어머니 속에 젊고 화사한 소녀같은 맘이 이런 원피스를 고르게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안 어울리는 당신의 모습을 보면서 또 얼마나 당황하셨을까?
세월이 너무 빠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