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위는 어머니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다.
어머니께서 시집오실 때 사오신 것이니, 55년도 더 된 것이다.
항상 아끼며 잘 보관해 오던 것을 내게 주신 것이 몇 년 전이고, 헝겊은 커녕 종이도 잘 안 잘리는 것을 가위가는 분에게 맞겨 썩썩 잘 들게 만든 건 최근의 일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가위는 내가 별로 좋아하는 가위는 아니다.
왼손잡이인 나는 오른손잡이를 위해 평범하게 나온 가위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오른손잡이용 가위의 손잡이에 패여 있는 홈들은 가위질을 할 때마다 엄지손가락 아래 부분에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추억이 담긴 이 가위는 쓰고 싶다.
생각 끝에 나는 가위 손잡이를 삼베 끈으로 빙 둘러 감기로 했다.
움푹움푹 패인 곳이 삼베끈으로 감춰지니, 훨씬 낫다.
그러나 끈을 감는 과정에서 삼베가루가 너무 떨어진다!ㅠㅠ
이 작업에 용기를 얻은 나는 좀더 가위를 고쳐 보기로 했다.
위 사진속 재단 가위는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잠자리'가위이다.
잠자리가위라면, 우리나라에서 재단 가위로 유명하다.
그런데 역시 이 가위도 오른손잡이용인데다가 손잡이가 내 손에 너무 크다.ㅠㅠ
이런 이유로 새 가위임에도 전혀 쓰지 못하고 바느질도구함 한켠에 쳐박혀 있던 차였다.
삼베끈에 대한 나쁜 기억 때문에 이 가위는 평범한 험겊끈을 감기로 했다.
가위가 손에 많이 큰 만큼 끈을 두껍게 감았다.
멋을 내지 않고 매듭도 투박하게 했다.
이것도 성공적이다.
손잡이가 훨씬 내 손에 맞는다.
손에 익숙하도록 길을 잘 들이면, 평생도 쓸 수 있겠다.
손에 잘 맞는 좋은 가위들이 너무 많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