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련하는 도장에는 찻잔받침이 5개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이 많을 때는 찻잔을 받치지 못하고 차를 낼 때가 종종 있다.
많은 경우는 팽주인 나와 어떨 때 한 사람 정도 더 잔을 받치지 못했는데, 며칠 전에는 세 명이나 잔을 받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잔을 받치지 못한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왠지 서운하다.
집으로 돌아와 찬장을 뒤졌다.
그리고 발견한 찻잔 받침들!
10여년 전에 산 것인데, 그 사이 예쁜 받침들을 많이 구해,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쁘지가 않다.ㅠㅠ
식용유를 이용해 기름도 먹였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자수가 놓인 잔받침을 만들어 첨가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오대산의 한 카페에 갔다가 자수가 놓인 잔받침을 보고 나도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들 일이 생길 줄은 몰랐다.
차탁의 안 둘레를 자로 재고, 콤파스를 이용해 마름질을 했다.
나는 프랑스 자수를 이용해 찻잔받침을 장식할 생각이다.
위 천은 황토염색을 한 천이다,
거기에는 물망초꽃와 타임을 수놓았다.
막상 수를 놓고 보니, 타임 잎이 좀 많이 크다.ㅋㅋ
그리고 감물을 들인 광목과 자광으로 염색한 무명도 마름질을 했다.
맨 위에 있는 산은 우리 동네에서 보이는 '모락산' 풍경이다.
그리고 아래 흰꽃은 들국화, 그리고 연꽃과 연잎도 수를 놓았다.
이 연꽃 도안은 지금은 바뀐 상원사 문수전 앞 돌계단에 그려져 있던 것이다.
어제 오후에는 내내 이것들을 수놓으며 보냈다.
자수 잔받침을 덧붙이니, 훨씬 좋아 보인다.
내일은 이것들을 이용해 도우님들께 차를 대접해야겠다.^^